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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기와

기와지붕은 지진에 약할까? 전통 건축에 대한 오해와 실제 구조

기와지붕은 정말 위험할까: 널리 퍼진 인식의 출처

기와지붕은 무겁고, 지진이 나면 위에서 떨어져 위험하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특히 현대 건축에 익숙한 사람일수록 기와지붕을 ‘낡고 취약한 구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은 일부 지진 피해 사례에서 비롯되었지만, 그 원인을 기와 자체에만 돌리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실제로 과거 지진 기록을 살펴보면 붕괴의 원인은 대부분 기와가 아니라 하부 구조의 약화, 결구 방식의 문제, 혹은 관리되지 않은 노후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와지붕이 지진에 약하다는 인식이 굳어진 이유는 눈에 띄는 피해 양상 때문이다. 지진 발생 시 기와는 떨어지기 쉽고 시각적으로 위험해 보이지만, 이는 구조 전체의 붕괴와는 다른 문제다. 즉 ‘기와가 떨어진다’는 현상과 ‘건물이 무너진다’는 문제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시한 데서 오해가 시작되었다.

 

 

전통 기와지붕의 실제 구조: 무게보다 중요한 결합 방식

전통 기와지붕은 단순히 무거운 재료를 얹은 구조가 아니다. 기와 아래에는 서까래, 부연, 도리 등 다층 목구조가 있고, 하중은 점으로 분산되어 전달된다. 이 구조는 특정 지점에 충격이 가해졌을 때 에너지를 흡수하고 흩어지게 만드는 특징을 지닌다. 기와 자체는 고정된 하나의 판이 아니라 개별 단위로 얹혀 있어, 강한 진동이 발생하면 일부가 이탈하더라도 전체 구조에 치명적인 균열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완전히 고정된 판형 지붕은 진동 에너지가 누적되어 큰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전통 기와지붕은 ‘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된 부분과 ‘버텨야 하는’ 구조가 분리되어 있는 셈이다. 이는 현대 구조공학에서 말하는 에너지 분산 개념과도 유사하다. 즉 기와지붕은 지진에 무조건 약한 구조가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였다.

 

 

기와지붕은 지진에 약할까? 전통 건축에 대한 오해와 실제 구조

 

일본 기와와의 비교로 보는 오해의 확산

기와지붕의 지진 취약성 논의에서 자주 언급되는 비교 대상은 일본이다. 일본은 지진이 잦은 국가로, 기와 구조 또한 지진 대응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일본 기와는 맞물림 구조가 강하고, 일부는 철물이나 끈으로 고정되어 있다. 이와 비교하면 한국 전통 기와는 고정 장치가 적어 더 위험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환경 차이에 따른 선택이다. 일본은 반복적인 강진에 대비해 ‘이탈을 최소화’하는 방향을 택했고, 한국은 상대적으로 지진 빈도가 낮은 환경에서 ‘하중 분산과 수리 용이성’을 중시했다. 문제는 현대에 들어 일본식 기준으로 한국 기와를 평가하면서 발생했다. 서로 다른 조건에서 발전한 구조를 동일한 잣대로 비교한 결과, 한국 기와가 불리하게 인식된 것이다. 이는 기술의 우열 문제가 아니라 전제 조건의 차이다.

 

 

실제 위험은 어디에서 발생했을까: 기와보다 관리와 개조 문제

실제 지진 피해 사례를 보면, 전통 기와지붕이 위험해진 경우는 대부분 원형이 훼손된 상태였다. 시멘트 모르타르로 기와를 고정하거나, 하부 목구조를 철거한 채 외형만 유지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개조는 진동 시 에너지 분산을 막고, 오히려 큰 파손을 유도한다. 또한 장기간 관리되지 않은 기와지붕은 기와 간격이 불균형해지고, 하중이 한쪽으로 쏠려 작은 진동에도 쉽게 붕괴될 수 있다. 즉 위험의 원인은 ‘기와라는 재료’가 아니라 ‘전통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사용 방식’이었다. 제대로 시공되고 관리된 기와지붕은 지진 시 일부 손상은 있을 수 있으나, 건물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이 점은 문화재 보존 현장의 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통 기와지붕을 현대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

오늘날 전통 기와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지만, 구조 원리를 이해한 보완은 가능하다. 실제로 문화재 보수 현장이나 한옥 신축에서는 하부 구조 보강, 경량 기와 사용, 결합부 안정화 등의 방식으로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중요한 것은 기와를 무조건 고정하거나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원래의 구조 논리를 존중하면서 현대 기술을 보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기와지붕이 지진에 약하다는 단순한 결론은 전통 건축을 오해하게 만들 뿐이다. 오히려 기와지붕은 환경과 조건에 맞춰 합리적으로 설계된 구조였으며, 그 취지를 이해할 때 비로소 안전성과 가치가 함께 드러난다. 이 글을 통해 기와지붕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아닌, 구조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균형 잡힌 인식이 자리 잡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