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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기와

기와의 색은 어떻게 만들어지나? 굽기 온도가 만드는 색조

자연 점토의 광물 조성과 색 형성의 원리

기와의 색은 겉보기에는 단순한 회색·적갈색·청흑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점토 내부의 미세 광물 입자들이 고온에서 화학적으로 변화하며 만들어지는 복합적인 결과물이다. 전통 기와의 원료인 풍화 점토에는 석영, 장석, 운모와 같은 규산염 광물과 함께 미량의 산화철·산화망간·산화동 등이 섞여 있다. 이러한 광물 조성은 지역의 지질과 풍화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기와의 기본 색조를 결정하는 첫 번째 변수다. 예를 들어 철 함량이 높은 점토는 소성 후 적갈색 또는 암적색을 띠고, 규산염 비율이 높은 점토는 회백색·청회색에 가까운 중성 색을 만든다. 이는 광물이 단순히 ‘섞여 있는’ 것이 아니라, 가마 소성 과정에서 산소의 공급과 온도가 달라지면서 색 변화의 화학적 반응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즉 기와의 색은 ‘페인트를 칠한 결과’가 아니라 ‘지질·재료·열처리·산소의 상호작용’으로 생기는 광물학적 산물이다.

 

 

산화철과 산화동이 만드는 색의 스펙트럼

기와 색조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광물은 산화철(Fe₂O₃, Fe₃O₄)이다. 불에 구워질 때 산화철은 산화·환원 반응에 따라 색이 크게 달라지며, 이 반응의 차이는 수천 년 동안 각 지역 기와의 고유한 색을 만들어냈다. 산화철이 완전히 산화된 상태에서는 선명한 적갈색을 띠게 된다. 중국 북방이나 한반도 남부에서 흔히 보이는 붉은 기와는 Fe₂O₃ 비율이 높은 점토가 산화 분위기에서 소성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산소가 충분하지 않은 환원 분위기에서 구우면 철이 Fe₃O₄ 상태로 남아 어두운 청흑색 또는 회흑색에 가까운 색을 띤다. 전통 한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회흑색 기와, 조선 후기 북촌의 어두운 청색 기와 등이 이 과정으로 만들어진다. 산화동(CuO·Cu₂O) 역시 기와 색에 영향을 주지만, 철보다 함량이 적어 색 발현이 섬세하게 나타난다. 소량의 산화동이 포함된 점토는 고온에서 약한 녹색 또는 청색 기운을 띠며, 중국 당·명대의 녹유 기와(녹색 유약기와)의 발색에도 미세한 동 성분이 기여한다. 한국의 전통 무유약 기와에서는 산화동의 영향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경우는 적지만, 일부 지역 점토에서 은은한 청회색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이러한 미량광물이 관여한다. 즉 기와 색의 본질은 ‘광물의 비율과 산화/환원 반응의 결과’라 할 수 있다.

 

 

기와의 색을 만드는 광물학: 온도 변화가 만드는 색조

 

 

가마 소성의 온도·시간·산소 조절이 만드는 색의 미세 차이

기와의 색을 결정짓는 또 하나의 핵심 요소는 가마의 소성 조건이다. 같은 점토라도 온도와 산소량이 조금만 달라지면 전혀 다른 색을 낸다. 이는 고대 장인들이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한 기술이며, 현대 과학으로 분석할 때 매우 정교한 열·화학 시스템임이 드러난다. 대략 850~950℃에서는 점토의 철 성분이 서서히 산화되며 황갈색·연적색 계열이 나온다. 1000~1050℃로 높아지면 철 성분의 산화 반응이 강해지면서 선명한 적갈색을 만들고, 온도가 더 오르면 점토 내부의 유리질화가 가속되면서 어두운 적갈색 또는 회흑색 계열로 변한다. 반대로 산소 공급을 제한하여 환원 분위기를 만들면, 같은 온도에서도 청흑색 또는 회청색을 띠게 되는데, 이는 철이 산화 상태에서 환원된 상태로 변하며 빛의 반사도와 흡수율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은 가마 내부의 위치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진다. 불길이 직접 닿는 통풍 구간의 기와는 더 밝은 색을 띠고, 가마의 구석이나 산소 공급이 적은 지점의 기와는 짙은 회흑색으로 나온다. 이러한 소성 편차는 전통 기와 특유의 자연스러운 색 변화와 미세한 톤 차이를 만들어냈다. 이는 현대 건축에서 일부러 구현하려고 해도 재현이 어려운 고유의 미적 효과이기도 하다.

 

 

지역별 기와 색의 차이와 현대 건축 자재로서의 의미

광물 조성과 소성 조건의 차이로 인해 지역별 기와 색은 독특한 패턴을 갖게 된다. 한국 전통 기와의 전형적 색은 회흑색·청회색 계열이며, 이는 적당한 철분·규산염 조성과 환원 분위기 소성이 결합한 결과다. 반면 중국 북방은 철분이 많아 적갈색이 지배적이며, 남방은 유약을 활용한 청·녹·황 등 화려한 색조가 잘 발달했다. 일본의 가와라는 철 함량이 낮고 소성 중 탄소가 잔존하는 특성 때문에 짙은 회흑색을 띠며, 지진대의 특성상 기와 규격화를 위해 색조 편차가 적은 편이다. 이러한 색의 차이는 현대 건축에서도 의미가 크다. 무기질 기반의 색조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으며, 자연 풍화에 의해 오히려 깊이가 더해지는 특성을 가진다. 이에 따라 현대 한옥 복원, 친환경 건축, 문화재 재현에서 “광물학적 색을 정확히 재현하는 기술”은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특히 전통 색조를 현대 건축 마감재에 적용하기 위한 기와 분말 기반 페인트, 광물 안료 연구, 무유약 소성 실험 등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기와의 색은 단순히 미적 요소가 아니라, 광물·지질·열환경이 만들어낸 문화적 지문과도 같은 의미를 지니며, 다음 세대 건축 기술에서도 중요한 기반이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