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기와 시공 순서가 중요한 이유
전통기와 지붕을 처음 마주한 사람은 그 질서정연한 모습에 감탄하지만, 동시에 기와가 단순히 겹쳐져 있을 뿐이라고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전통기와 지붕은 기와를 올리는 순서 자체가 구조의 일부로 작동하는 매우 섬세한 체계였다. 장인은 기와를 아무 방향이나, 아무 순서로나 올리지 않았다. 전통기와 시공 순서는 지붕을 하나의 완성된 구조로 만들기 위한 기본 규칙이었고, 이 순서가 무너지면 지붕의 기능도 함께 무너졌다. 그래서 기와를 쌓는 작업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판단과 경험이 요구되는 과정이었다.

한옥 지붕 구조와 전통기와의 역할
한옥 지붕 구조에서 전통기와는 가장 위에 놓이지만, 그 역할은 표면에 그치지 않았다. 장인은 서까래와 도리, 산자 위에 흙층을 다지고 나서야 기와를 올릴 수 있었다. 이 기초가 고르지 않으면 기와는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전통기와는 구조 위에 얹히는 마감재가 아니라, 구조와 함께 작동하는 요소였다. 장인은 기와를 쌓는 순서를 통해 지붕의 균형을 맞췄고, 이 균형이 무너지면 시간이 지나며 기와가 틀어지거나 틈이 벌어졌다. 전통기와 시공 순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는 장치였다.
기와 배열 순서와 빗물 흐름의 관계
전통기와 배열 순서는 빗물의 흐름을 고려한 결과였다. 장인은 항상 지붕의 가장 아래쪽, 즉 처마선에서부터 기와를 쌓기 시작했다. 이 아래쪽 기와가 정확하게 놓여야 위에서 내려오는 빗물을 안정적으로 받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위쪽 기와를 먼저 얹고 아래를 맞추려 하면, 기와 사이의 겹침이 어긋나 물길이 끊어졌다. 전통기와는 물을 막는 구조가 아니라, 물을 흘려보내는 구조였기 때문에 순서가 더욱 중요했다. 장인은 물의 방향을 거스르지 않는 방식으로 기와를 배열했고, 이 순서가 지붕의 방수 성능을 결정했다.
전통기와 하중 분산과 맞물림 구조
전통기와는 생각보다 무겁고, 그 무게는 지붕 전체에 지속적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장인은 기와를 한꺼번에 특정 구간에 올리지 않고, 아래쪽부터 차례대로 쌓으며 하중을 분산시켰다. 이미 놓인 기와 위에 다음 기와의 무게가 자연스럽게 얹히도록 순서를 지킨 것이다. 또한 전통기와는 한 장만으로 고정되지 않고, 앞뒤 기와와 서로 기대며 안정되는 맞물림 구조를 가진다. 이 구조는 순서가 맞아야 제대로 작동했다. 순서를 무시하면 기와가 밀리거나 미세한 틈이 생겼고, 그 틈은 결국 파손으로 이어졌다. 전통기와의 안정성은 바로 이 순서에서 나왔다.
기와를 쌓는 순서가 한옥 지붕을 남긴 이유
전통기와는 왜 아무렇게나 올릴 수 없었을까. 그 이유는 기와 한 장이 독립된 재료가 아니라 지붕 전체와 연결된 요소였기 때문이다. 기와를 쌓는 순서는 지붕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질서였고, 이 질서를 지킨 지붕만이 오랜 시간을 버텼다. 전통기와 지붕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이유는 재료가 특별해서만이 아니라, 그 재료를 다루는 순서와 방식이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장인은 빠른 완공보다 오래 유지되는 지붕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전통기와 시공 순서라는 형태로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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