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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기와

전통 기와는 왜 대량 기계생산이 어려웠을까?

기계가 없어서가 아니다: 전통 사회에도 생산 기술은 있었다

전통 기와가 대량 기계생산되지 못한 이유를 단순히 ‘기술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조선 시대에는 이미 대형 수차, 정교한 도르래, 대규모 가마 운영 기술이 존재했고, 국가 단위 공사를 수행할 수 있을 만큼 조직화된 생산 체계도 갖추고 있었다. 즉 문제는 기계의 부재가 아니라, 기와라는 재료 자체가 기계적 균질성을 요구하지 않는 구조에 놓여 있었다는 점이다. 전통 기와는 규격의 완벽한 통일보다, 현장에 맞는 미세한 조정이 더 중요한 재료였다.

 

 

전통 기와는 왜 대량 기계생산이 어려웠을까? 수키와

 

 

기와는 ‘제품’이 아니라 ‘현장 맞춤 부재’였다

현대 건축 자재는 공장에서 완성된 뒤 현장으로 이동해 조립되는 방식을 전제로 한다. 반면 전통 기와는 지붕이라는 특정 구조에 맞춰 기능해야 했다. 지붕의 경사, 처마의 곡선, 서까래 간격, 지역별 기후 조건에 따라 기와의 두께와 곡률은 달라져야 했다. 같은 건물이라도 용마루, 내림마루, 추녀 부근에 얹히는 기와의 역할은 서로 달랐다.
이 때문에 기와는 ‘표준 제품’으로 찍어내기보다, 건축 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조정되는 재료였다. 기계생산은 동일한 결과물을 반복적으로 만들어내는 데 강점이 있지만, 이런 현장 맞춤형 구조에서는 오히려 불리했다. 전통 기와가 대량 생산되지 않은 이유는 비효율 때문이 아니라, 사용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점토라는 재료가 가진 불확실성

기와의 원재료인 점토는 매우 불균질한 자연 재료다. 채토 지역에 따라 입자 크기, 철분 함량, 수분 유지력이 달랐고,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상태도 크게 변했다. 현대 산업은 이런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정제·혼합·표준화를 거치지만, 전통 사회에서는 점토의 성질을 ‘조절’하기보다 ‘읽고 대응’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기계는 일정한 물성을 전제로 움직이지만, 전통 기와 제작은 그때그때 달라지는 점토 상태에 맞춰 손의 압력, 성형 속도, 건조 시간을 조정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장인의 감각이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는 기계화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즉 기와 제작의 핵심은 반복이 아니라 판단이었고, 이 점이 대량 기계생산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았다.

 

 

전통 기와는 왜 대량 기계생산이 어려웠을까? 막새틀

 

 

가마 소성은 통제보다 ‘관리’의 영역이었다

기와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소성이다. 전통 가마는 현대의 전기로나 가스 가마처럼 정확한 온도 제어가 어려웠다. 대신 장인들은 불의 색, 연기의 흐름, 가마 벽의 반응을 통해 상태를 판단했다. 이는 불완전한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한 임시방편이 아니라, 오히려 전체를 유연하게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대량 기계생산은 일정한 온도와 시간, 동일한 결과를 요구하지만, 전통 가마는 한 번의 소성에서도 위치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이 차이를 ‘불량’으로 처리하지 않고, 각기 다른 용도로 분류해 사용하는 방식이 전통 기와 생산의 특징이었다. 균일함을 목표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계화의 필요성도 크지 않았다.

 

 

기와 생산은 속도가 아니라 지속성을 위한 선택이었다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곧 비효율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통 기와 생산은 건축의 속도보다, 완성 이후의 지속성을 우선했다. 기와는 한 번 얹히면 수십 년, 길게는 백 년 이상 유지되는 재료였다. 빠르게 많이 만드는 것보다, 환경에 적응하고 오래 버티는 것이 더 중요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전통 기와는 산업 제품이 아니라, 환경과 건축 사이를 조정하는 매개체에 가까웠다. 대량 기계생산이 어려웠던 이유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와는 각 지역의 기후와 건축 양식에 맞게 진화할 수 있었다. 전통 기와의 가치는 바로 이 느리고 유연한 구조 속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