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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기와

전통 기와 제작 과정

전통 기와는 단순히 지붕을 덮는 건축 자재가 아니라, 흙과 불의 성질을 이해한 장인의 기술이 응축된 결과물이었다. 채토에서 소성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공정이 아닌 축적된 경험과 감각의 전승이었으며, 기와의 품질과 건축물의 수명은 이 기술의 정밀도에 의해 좌우되었다. 기와 제작 전 과정은 재료·시간·자연·기술이 긴밀히 조화를 이루는 전통 건축의 핵심 기술이자 장인 문화의 정수라 할 수 있다.

 

 

전통 기와 제작 과정

 

채토 단계: 품질을 결정하는 기술

기와 제작의 첫 단계는 적절한 흙을 채취하는 채토 과정이다. 단순히 점토를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장인은 기후와 온도, 지질, 토양의 숙성 정도까지 계산하여 기와로 적합한 흙을 선별했다. 흙의 입자 크기와 점성, 광물 비율, 강열 감소율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같은 지역의 흙이라도 계절과 시기에 따라 품질이 달라졌다. 장인은 손의 감각으로 흙의 수분과 미세한 기포 상태까지 점검했고, 기와에 필요한 강도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토양을 혼합해 비율을 맞췄다. 이러한 조정 과정은 현대 재료공학에서 말하는 입도 조정과 거의 동일한 개념이며, 장인은 이를 체계화된 기록 없이 감각과 경험으로 수행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채토의 숙련도가 부족하면 이후 성형과 소성이 아무리 정교해도 기와의 균열과 수축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채토는 모든 과정의 성패를 좌우한 핵심 기술이었다.

 

성형 단계 : 손의 기억이 만든 곡률과 규격

성형 과정은 흙을 기와의 형태로 빚는 단계로, 일반적인 설명처럼 틀에 넣어 찍는 단순한 방식이 아니다. 기와의 형태는 지붕의 경사도와 골 구조, 배수 흐름을 고려해 결정되었기 때문에 수키와와 암키와 각각 고유의 곡률을 갖는다. 장인은 흙의 탄성을 파악해 수축을 견디는 두께와 배수 효율을 높이는 곡선을 만들었고, 손으로 눌러 단단하게 하되 지나치게 압축시키지 않는 미묘한 조절을 반복했다. 성형 틀은 단순한 형태 유지 장치가 아니라 장인의 손의 감각을 보조하는 도구에 가까웠으며, 기와 제작의 숙련도는 틀의 사용이 아니라 손의 기억에 의해 축적되었다. 또 기와의 하부에는 미세한 흠집과 돌기를 인위적으로 남기기도 했는데, 이는 지붕 위에서 미끄러짐을 방지하고 다른 기와와 맞물려 고정되도록 한 기능적 장치였다. 즉 성형은 기와의 외형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구조·배수·내구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설계 작업이었다.

 

건조 단계: 자연을 조율하는 시간의 기술

기와는 성형 후 바로 소성되지 않고 반드시 장기간의 건조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은 가장 단조로운 단계로 보이지만 실험적으로 가장 불확실성이 높아 장인의 노하우가 가장 크게 요구되는 구간이었다. 직사광선에 급격하게 노출되면 수축 균열이 발생하고, 습도가 지나치게 높으면 내부 수분이 남아 소성 과정에서 폭열이 발생할 수 있다. 장인은 바람의 방향과 속도, 일조량, 일교차를 고려해 기와의 배치 각도를 조정하고 건조 장소의 위치까지 계산했다. 기와를 바닥에 바로 놓지 않고 일정 높이 위에 배치한 이유는 지면의 수분이 기와에 역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건조 과정 중 기와를 뒤집거나 위치를 바꾸는 작업은 단순 이동이 아니라 내부 수분 분포를 균일하게 만들기 위한 조율이었다. 즉 건조 단계는 시간에 맡기는 자연 건조가 아니라, 장인이 자연 조건을 조작하고 통제하는 정교한 관리 과정이었다.

 

소성 단계: 불의 온도와 시간으로 구조적 생명을 부여하는 기술

소성은 가마에서 기와를 굽는 과정이지만 단순히 일정 온도로 가열하는 것이 아니라, 온도 상승 곡선과 유지 시간, 냉각 속도까지 계산해야 기와의 강도가 확보된다. 가마 내부는 완전한 균일 가열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장인은 불꽃의 색, 연기의 냄새, 가마 내부의 소리 변화를 통해 온도 분포를 추론했다. 기와의 배열 위치도 중요해 고열이 집중되는 상부에는 두꺼운 기와를 배치하고,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은 하부에는 성형 구조가 섬세한 기와를 놓아 변형을 최소화했다. 온도가 너무 낮으면 기와가 물을 흡수해 내구성이 약해지고, 너무 높으면 유약화가 일어나 수축 균열이 생긴다. 소성 후 냉각 과정 또한 일정 속도로 이루어져야 내부 응력의 발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장인은 열풍의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 가마 출입구를 서서히 개방했다. 소성은 흙이 건축 재료로 변하는 순간이며, 장인 기술의 정점이자 불의 조율 능력에 의해 기와의 생명이 결정되었다.

 

결론

전통 기와 제작은 단순한 재료 가공이 아니라 장인의 감각과 경험, 자연과 시간, 기술이 결합된 종합 예술이다. 흙을 고르고 빚고 말리고 굽는 과정 하나하나가 건축물의 내구성과 공간의 정체성을 결정하며, 기와 한 장에는 오랜 세월 축적된 장인 정신과 전통 지혜가 담겨 있다. 오늘날 전통 기와는 단순한 건축 자재를 넘어, 기술과 철학이 어우러진 문화유산으로서 그 가치를 지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