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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기와

우리나라 전통 기와의 시작과 발전

기와의 기원과 토기 기술

우리나라 전통 기와의 역사는 단순히 지붕을 덮는 건축 부재의 발전사가 아니다. 그 뿌리는 신석기 시대 토기 제작 기술의 축적에서 시작된다. 점토를 반죽해 굽는 소성 기술이 생활 도구를 넘어 건축 자재까지 확장된 것이다. 초기 주거 유적에서는 토기를 납작하게 변형한 판 모양의 점토 제품이 발견되는데, 학자들은 이를 초기 기와의 전신으로 본다. 생활의 안정과 정착 문화가 확대되면서 비와 바람을 막기 위한 지붕 재료의 필요성이 커졌고, 이는 자연스럽게 토기 기술이 건축 기술로 흡수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삼국시대에 이르면 기와는 본격적인 발전 단계에 진입한다. 특히 백제와 신라에서 출토된 기와들은 유약 없이도 높은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소성 기술이 이미 확립되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시기부터 기와는 궁궐, 사찰, 성곽 등 공적 건축물에서 필수적인 건축재료로 자리 잡으며, 기와 기술은 단순한 생존 수단이 아닌 문명의 상징이 되기 시작한다.

 

우리나라 전통 기와의 시작과 발전

 

와당의 등장 및 기와 미학의 발달 

 

삼국시대를 대표하는 기와 문화의 특징은 ‘와당’의 등장이다. 와당은 기와 끝부분에 부착되는 원형 장식으로,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왕권과 종교 사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상체계였다. 고구려의 와당은 역동적인 당초문과 연꽃무늬를 중심으로 강한 기세를 표현했고, 백제는 부드러운 곡선과 세부 묘사를 통해 우아함과 세련된 양식미를 보여주었다. 신라는 통일 전후로 봉황·연꽃·귀면·연화문 등이 새겨지며 힘과 권위를 강조하는 문양이 강화되었다. 이 시기 기와는 단순한 건축 재료를 넘어 정치·종교·문화 이념을 건축물의 외피에 반영하는 시각언어였다. 특히 대규모 사찰 건립 붐이 일어난 통일신라 중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기와 생산이 조직화되며, 기와장이를 중심으로 한 전문 기술자층이 형성되었다. 이 시기를 한국 기와 문화가 예술·기술·정치가 결합된 완성기로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려 및 조선 시기의 기와 기술과 위계질서

고려 시대는 불교의 번영과 함께 대형 사찰 건축이 활발했던 시기이며, 기와의 대량 생산과 성능 강화가 이루어졌다. 곡면 비율과 두께가 정교하게 다듬어지며 빗물의 흐름이 최적화되고, 지붕 구조의 결합력이 높아졌다. 일부 건축에서는 청색을 띠는 기와가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는 신성성과 권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실험적 시도였다.
조선 시대에는 기와가 더욱 명확한 사회적 위계의 상징이 된다. 유교적 신분 체계가 확립되면서 건물의 성격과 신분에 따라 기와의 색과 사용 범위가 구분되었다. 청기와는 왕실 건축 전용, 회기와는 관청 및 사찰 중심, 황기와는 제한된 의례공간에 쓰이는 기와였다.  반면 일반 백성의 대부분은 초가집에 살았고, 민가에 기와를 올리는 것은 법적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조선의 기와는 단순한 건축 자재가 아니라 국가 통치 이념이 건물의 외형에 구현된 실례였다. 또한 이 시기에는 기와 규격 표준화, 소성 온도 조절, 운반 체계 정립 등 현대적인 건축 관리 방식과 유사한 기술 체계가 확립되며 전통 기와 기술은 절정에 도달했다.

 

전통 기와의 현대적 재해석 

오늘날 전통 기와는 과거의 문화유산에 머무르지 않는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친환경 건축 자재로서 재조명되고 있다. 기와의 곡면 구조는 태양 복사열을 분산시키고 바람 흐름을 조절하며, 지붕 표면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는 한옥의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데 기여한 과학적 배경이다. 또한 점토 기반 재료는 자연 분해가 가능하며 유해 화학 성분을 방출하지 않아 환경 친화적 측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전통 기와를 현대 건축과 결합한 한옥 호텔, 문화시설, 체험관광 콘텐츠, 고택 리모델링 프로젝트가 늘고 있으며, 해외 건축계에서도 전통 기와와 한옥 구조를 결합한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 더불어 기와 제작 및 복원 기술을 전승하는 기와장, 대목장, 단청장과 같은 장인제도는 무형문화재로 관리되며, 문화·산업·관광 가치가 공존하는 새로운 국가 자산으로 발전 중이다.
기와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 정체성과 건축 기술의 미래를 동시에 상징하는 요소라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