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기와의 구조: 수키와 및 암키와
지붕을 이루는 기와는 모두 같은 모양처럼 보이지만 사실 두 가지 종류가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결합해 지붕을 완성한다. 바로 수키와와 암키와다. 암키와는 바닥에 먼저 깔리는 기와로 안쪽에 물길처럼 패인 홈이 있으며, 이 홈을 따라 빗물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게 만든다. 그 위를 덮어주는 것이 수키와인데, 반원처럼 위로 볼록한 모양을 하고 있어 비·바람·직사광선으로부터 암키와를 보호하고 동시에 기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말 그대로 암키와가 기반을 만들고 수키와가 그 위를 덮는 구조다.
수키와와 암키와는 겉으로 보면 단순히 위에 얹는 기와와 아래 받치는 기와로만 구분되지만, 실제 구조는 응력 분산과 유체 흐름을 고려한 복합적 설계의 결과다. 수키와는 아치형 곡률을 기반으로 제작되며 중앙부와 가장자리의 굴곡 반경이 다르게 설계된다. 이러한 곡률 차이는 지붕 전체에 가해지는 압축하중을 서까래 방향으로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암키와는 홈 내부에 측구가 존재해 수키와를 고정하고 측면 이동을 방지하며 수평력을 견디도록 구성된다. 즉 수키와는 압축을 담당하고, 암키와는 전단력과 측압을 흡수하며, 이 두 구조가 결합함으로써 기와지붕 전체가 일체형 프레임처럼 작동한다. 전통 한옥의 기와지붕은 시각적으로 단순한 적층 구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응력 제어와 고정 압력 분배가 동시에 구현된 정교한 구조역학적 결합 시스템이다.

빗물 배수의 과학
전통 기와지붕에서 가장 돋보이는 기능 중 하나는 빗물 배수다. 흔한 설명에서는 수키와가 빗물을 흘려보내고 암키와가 받치는 구조로 설명되지만 실제 유로는 그 반대다. 빗물의 주 흐름을 형성하는 것은 암키와의 홈이지만, 그 단면은 일정하지 않고 지붕의 정상에서 처마 쪽으로 갈수록 폭과 깊이가 미세하게 넓어지도록 설계된다. 이는 빗물이 내려오는 동안 마찰과 물막힘 현상으로 인해 유속이 감소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유체역학적 설계다. 또한 수키와는 암키와를 완전히 덮지 않고 0.5~1.2㎜의 간격으로 떠 있도록 제작된다. 이 미세 틈을 통해 소량의 유수가 측면 측구로 흐르며 기와 내부에 물이 고이는 것을 방지한다. 단일 배수 방식이 아니라 다중 배수 경로를 형성함으로써 지붕 어느 지점에서도 고임이 발생하지 않는 시스템이며, 현대 건축에서도 이상적 모델로 인정받는 이중 배수 구조가 이미 조선 시대 이전부터 구현되어 있었다.
통풍 기능과 실내열 조절
한옥 지붕이 여름철에도 실내 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이유는 처마 길이와 나무 구조뿐 아니라 기와 사이의 통풍 메커니즘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수키와와 암키와 사이에는 항상 일정한 공극이 형성되며, 이 공극은 단순한 틈이 아니라 대류순환이 일어나는 공기 통로다. 낮 동안 기와 표면은 태양열에 의해 가열되지만 하부 공기층은 실내와 직접 접촉하지 않기 때문에 실내 온도 전달이 크게 차단된다. 동시에 가열된 공기가 상승하여 빠져나가고 바깥의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자연 대류가 반복된다. 이러한 통풍 구조로 인해 지붕 내부 온도는 급격히 상승하지 않고 일정 수준으로 유지되며, 결과적으로 실내 열환경이 안정된다. 또한 점토 기와의 미세공극은 적외선 파장을 확산시키는 성질을 지녀 복사열을 반사하고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다시 말해 전통 기와지붕은 통풍과 단열과 복사열 확산을 함께 수행하는 다층 열환경 조절 장치라고 표현할 수 있다.
충격과 열변형을 견디는 내구성
전통 기와의 내구성은 단순한 고온 소성의 결과가 아니라 재료의 미세구조 설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와의 점토에는 석영·장석·운모 등이 포함되어 있고 소성 과정에서 비정질 유리질 조직과 미세 결정 조직이 혼합된 복합 구조가 형성된다. 이러한 구조는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때 균열이 한 방향으로 빠르게 전파되지 않도록 막아 균열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기와의 평균 수분 흡수율은 낮지만 내부 미세공극이 응력 완충층으로 작동해 파손을 지연시킨다. 열 변형을 견디는 이유 역시 기와 내부의 결정 형태가 층상으로 배열돼 서로 다른 열팽창 계수를 상쇄하는 구조를 취하기 때문이다. 결국 전통 기와는 충격과 온도 변화에 모두 강한 이유가 단순한 강도 때문이 아니라 재료 내부의 다층 미세 조직이 파괴를 지연시키는 재료공학적 설계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수키와와 암키와가 완성한 전통 건축의 정수
수키와와 암키와는 단순한 지붕 덮개가 아니라 한옥의 건축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빗물 배수 경로의 설계, 하중 분산과 고정 구조, 공극을 통한 통풍과 단열, 복합 미세조직에 의한 내구성까지 고려하면 전통 기와지붕은 건축공학, 재료공학, 유체역학, 기후환경학이 결합된 과학적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재료만으로 빗물, 바람, 열, 하중을 동시에 제어하는 구조는 오늘날에도 재현하기 쉽지 않은 고성능 기술이며, 전통 한옥 복원 현장에서 전통식 기와 제작 방식이 그대로 요구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와는 단순한 과거의 건축재가 아니라 현대와 미래 건축에서도 충분히 참고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기술 자산이다. 그 중심에는 수키와와 암키와의 상호작용 설계가 존재하며, 이 구조는 우리나라 전통 건축의 정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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