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기와는 삼국 가운데 가장 복잡한 형식 변화를 보였음에도, 이에 대한 문헌 사료는 극히 제한적이다. 실제 신라 시대 기록에는 기와 제작 방식이나 문양 형식에 대한 직접적 서술이 거의 없고, 현존 연구는 대부분 고고학적 출토 자료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신라 기와 양식의 변천은 문헌보다 실물 증거에 의해 재구성되며, 이는 시대별 특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전제가 된다. 특히 연꽃문양의 변화는 신라 기와 연구에서 핵심 요소인데, 신라는 단순한 방사형 연판문에서 시작해 아몬드형·스페이드형·은행형 등 다양한 변형을 시도하며 독자적 조형성을 확보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장식의 확장이 아니라, 주변 왕국들과의 정치·문화적 긴장 속에서 발생한 조형 실험이었다.
도입기: 외래 기와 기술의 수용과 초기 양식
도입기 신라 기와는 외래 기술의 영향을 받는다. 6세기 전반에서 중반에 걸친 시기 신라는 백제와 고구려의 기와 문화를 수용했으며, 각 왕국의 기술이 목적성과 지역성을 모두 지닌 상태로 유입되었다. 백제식 기와는 가는 선각과 부드러운 장식성을 특징으로 하며, 고구려식 기와는 두꺼운 태토와 힘 있는 곡률을 보여주는데, 이 두 요소가 신라의 초기 기와에서 혼합적으로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신라 자체의 창의적 발전보다는 외래 기법을 안정적으로 채택하는 과정이 중심이 되었고, 연꽃문양 역시 매우 단순한 판형 형태에 머물렀다. 즉 도입기는 신라 고유의 미감이 형성되기 이전 단계로, 타국 기술의 변용 여부보다는 “수용”을 중심으로 한 기와 체계의 기초 구축 시기였다.
성립기: 세 왕국의 정치적 긴장 속에서 나타난 기와 조형
성립기는 신라 기와 양식이 본격적으로 다양해지는 시기이며, 삼국의 긴박한 정치 상황이 조형 실험을 가속한 결과가 기와 변천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시기 가장 특징적인 것은 연꽃문양의 구조적 변형이다. 황룡사 터에서 출토된 스페이드형 와당은 넓은 연판 끝을 좁아지게 처리해 연판 사이의 음영을 극대화한 형태다. 영묘사 출토 아몬드형 와당은 연심 주변에 타원형 긴 판을 배치해 연꽃의 날카로운 긴장감을 강조했다. 또한 은행형 와당은 연판 끝을 은행잎처럼 갈라지게 처리한 형식으로, 기존 삼국에서 드문 형태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시기의 또 다른 특징으로는 천주사와 삼랑사에서 출토된 단판능선형 기와가 있다. 이러한 변형들은 단순한 양식적 취향이 아니라, 삼국 간 균형과 경쟁 속에서 신라가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하려 했던 흔적으로 이해될 수 있다.

정립기: 신라 기와 조형의 심화와 상징성 확대
정립기는 신라 기와가 독자적 양식으로 정착되는 단계이며, 이 시기에 가장 두드러지는 현상은 문양의 정교화이다. 특히 얼굴문양기와가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논의되는데, 이는 단순 장식이 아닌 건축적 상징물로서의 기능을 가진 예외적 사례로 여겨진다. 당시 신라는 삼국통일에 가까워지면서 왕권 상징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기와 역시 단순 건재가 아니라 권위의 시각적 매개체로 확대되었다. 또 이 시기에는 구슬문양이 유행해 연판과 연판 사이 혹은 연심 주변에 작은 구슬 모양을 반복 배치했는데, 이는 연꽃문양에 리듬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소성 과정에서 빛의 반사 효과를 높이는 기능적 의미도 지닌다. 정립기의 연꽃문양은 도입기의 단순한 방사형, 성립기의 다양한 변형을 넘어서, 대칭성과 반복성을 강화한 고도로 정제된 모습이다. 이렇게 정립기의 신라 기와는 형태·문양·상징의 세 요소가 하나의 체계로 완성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신라 기와 양식 변천의 학술적 의의
신라 기와는 문헌 사료가 부족하다는 점 때문에 연구가 더욱 어렵지만, 오히려 출토 유물 중심의 분석이 시대 변화의 실제 양상을 더욱 명확히 보여준다. 도입기·성립기·정립기를 통해 기와는 외래문화의 단순 수용에서 시작하여 정치적 긴장 속에서 급격한 형식 실험을 거치고, 통일 직전기에는 독자적 미감을 확립하는 전개를 보인다. 특히 연꽃문양의 변화는 신라의 조형 감수성과 사회적 분위기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신라 건축미학을 연구하는 핵심 자료로 기능한다. 이러한 기와 변천은 신라가 주변 왕국과의 관계 속에서 문화를 능동적으로 선택하고 재해석한 국가였음을 증명하는 중요한 문화사적 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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