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고구려 와당의 시작
고구려 와당의 형식은 초기에는 한대 와당의 기술과 문양 체계를 받아들이는 데서 출발했다. 중국 북방 한문화권의 영향은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먼저 유입되었고, 고구려는 이를 단순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건축 구조와 미감에 맞도록 다시 변형했다. 초기 와당은 개구부가 넓고 문양이 얕은 투조 형태가 많았는데, 이는 당시 목조건축의 경량 지붕 구조에 맞춰 가벼운 기와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초기 기와는 제작 방식도 단순하여 점토 반죽을 틀에 넣거나 손으로 눌러 성형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 시기부터 이미 ‘문양을 통한 건물 격식화’라는 고구려 특유의 인식이 형성되기 시작했고, 이 흐름은 이후 와당 형식의 급격한 발전을 이끄는 기반이 되었다.

중기 고구려 와당의 변화
5세기 이후 고구려는 광개토왕·장수왕 시기 전성기를 맞으며 건축 규모 역시 대형화되었다. 이에 따라 와당의 형식도 기능적·상징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 이 시기의 와당은 문양이 깊고 날카로운 선각을 갖추며, 당판의 중심을 강하게 강조하는 구성이 많다. 대표적으로 연꽃문·귀면문·권운문 등이 등장하는데, 특히 고구려식 귀면문은 위협적 표정보다는 ‘기운의 흐름’을 강조하는 독특한 형태를 가지며, 이는 북방 기마문화의 영적 상징과 맞닿아 있다. 와당 생산량 증가를 위해 대량 제작 체계도 도입되었는데, 이는 일정 규격을 유지하면서도 문양 선각의 깊이를 변형하여 건물 위계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즉 문양의 세밀함 자체가 ‘국가 권위의 척도’ 역할을 했던 셈이다.
고구려 후기 와당과 기와의 구조적 강화
고구려 후기에는 평양 천도 이후 왕궁과 대형 건축물이 확장되며 와당의 형식이 더욱 정교해진다. 특히 기단과 벽체에 석재 건축이 확대되면서 무거운 지붕 구조가 등장했고, 이는 와당의 두께와 강도, 성형 방식 변화로 이어졌다. 후기 와당은 전기·중기보다 두께가 고르고 가장자리가 단단하게 마감되어 빗물 유입을 막는 기능이 강화되었다. 문양 또한 단순한 선각이 아니라 ‘전사(轉寫) 기법’을 사용하여 연속무늬를 정밀하게 찍어내는 방식이 활용되었다. 이 기술은 당판 전체에 균열 없이 문양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는 고구려 장인들이 점토의 수축률을 계산하고 소성 온도를 조절할 줄 알았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후기 와당은 미학적 완성도와 구조적 우수성이 모두 절정에 달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고구려 와당 제작방법의 특성
고구려 와당의 제작 방법은 단순한 수공예가 아니라 체계적인 공정 시스템이었다. 우선 점토는 강가·계곡에서 채취한 미립질 점토를 사용했으며, 잡석을 제거하기 위해 물에 여러 번 침전시키는 정제 과정이 필요했다. 성형은 나무틀이나 점토틀을 사용하여 당판과 토립을 일정한 두께로 맞췄고, 문양은 별도로 제작된 목판·토판·석판에 눌러 전사하는 방식이 주로 이용되었다. 건조 과정에서는 바람 방향을 고려해 균열을 막았고, 특히 와당이 찌그러지지 않도록 바닥에 모래를 깔아 수분을 골고루 빼주었다. 예비소성은 500~600도 정도 저온에서 내부 수분을 제거하는 과정이었으며, 이후 900~1000도 이상에서 본격 소성해 표면 강도를 확보했다. 고구려 와당이 긴 세월에도 형태가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이 단계적 소성과 점토 수축률 계산에 기초한 고도의 제작 기술 덕분이었다.
고구려 와당의 문화사적 가치
고구려 와당은 단지 지붕 마감재가 아니라 고구려인의 세계관이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된 조형물이다. 신라 와당이 정교한 대칭미, 백제 와당이 우아한 곡선미를 추구했다면, 고구려 와당은 힘찬 선각과 직선적 구성, 역동적 형태로 북방 민족의 기상을 시각화한 특징을 지닌다. 또한 와당의 변천은 단순한 미적 흐름이 아니라 정치력 확장, 수도 이전, 건축 공법 변화 등 국가적 변동과 직결되어 있어 고구려 사회 구조를 해석하는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오늘날에도 고구려 와당은 고분벽화, 궁성 터, 사찰 유적과 함께 고구려 미학을 복원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실체적 증거로 남아 있다. 특히 문양의 형태 변화는 고구려의 종교관·왕권관·우주관을 읽는 단서가 되며, 와당 하나하나가 당시의 정신문화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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