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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통 기와

전통 기와와 풍수지리

기와 지붕과 자연 기운의 접점

풍수지리는 집이나 건물을 둘러싼 자연의 기운(氣)이 인간 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전통적인 해석 체계이다. 전통 건축에서 지붕은 건물 중 가장 먼저 하늘과 맞닿는 구조물이기 때문에, 풍수에서는 지붕의 형태와 색을 ‘기운이 드나드는 관문’으로 보았다. 특히 기와지붕은 목재 구조의 끝을 덮으며 외부 기운의 흐름을 일정하게 조절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지붕의 곡률·기와 배치·색채는 단순한 미관이 아닌 풍수적 의미를 갖는 요소로 해석되었다. 전통 문헌에서는 지붕을 ‘집의 천문(天門)’으로 표현하며, 지붕의 색은 오행의 기운을, 형태는 사상(四象)과 방위의 기세를 나타낸다고 본 기록이 있다. 따라서 어떤 기와를 선택하느냐는 단순한 건축 자재의 문제가 아니라, 건물이 어떤 기운을 받아들이고 어떤 성격을 갖는 공간이 될 것인가를 정하는 결정적 요소로 여겨졌다.

 

 

전통기와와 풍수지리

 

기와 색의 오행적 해석

전통 기와의 색은 소성 온도와 점토 성분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과물이었다. 그러나 풍수에서는 이러한 자연색을 오행적 관점에서 해석해 공간의 길흉을 판단했다. 청기와는 푸른빛이 은은하게 도는 색으로, 동방을 의미하는 ‘목(木)’의 기운과 연결된다고 보았다. 이는 성장·풍요·안정과 같은 상징과 연결되어, 학문적 공간이나 문관 중심 건물에 적합하다고 해석되었다. 회기와는 흙빛·재색에 가깝기 때문에 ‘토(土)’의 기운을 가진 것으로 여겨졌다. 토는 중심과 균형을 상징하므로, 살림집·관아·개인 사당 등 안정적 일상을 담아야 하는 공간에서 선호되었다. 황기와는 왕실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되었던 특수 기와인데, 풍수적으로는 ‘금(金)’을 상징하며 권위·보호·지배의 의미와 연결된다. 풍수 해석에서는 황색 지붕이 공간 전체의 기운을 끌어모르는 중심점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색 해석은 실제 건축 선택 과정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붕 곡률이 결정하는 기운의 흐름

전통 기와지붕의 곡률은 단순한 심미적 요소가 아니라 풍수적 관점에서 ‘기운의 흐름을 유도하는 선’으로 해석되었다. 한국 전통 건축의 처마 곡선은 멀리서 보면 하늘로 살짝 올라가는 형태를 띠는데, 풍수에서는 이를 ‘양기(陽氣)를 끌어올리는 곡선’으로 보았다. 반대로 지붕이 지나치게 처지거나 수평을 이루면 기운이 정체되어 공간이 답답해지고 안정된 흐름이 막힌다고 해석되었다. 특히 암키와와 수키와가 맞물리며 형성하는 미세한 물골(배수선)은 풍수적으로 ‘기운이 흘러가는 길’로 상징되었다. 물이 막힘 없이 흐르는 지붕은 기운도 막힘 없이 드나드는 구조로 해석되었고, 이는 곧 생활의 순조로움과 연결되었다. 지붕 선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는가도 중요하게 해석되었는데, 남향 지붕은 양기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구조로, 북향 지붕은 기운을 다소 차단하는 안정적 구조로 간주되었다. 이는 실제 건물 배치에 영향을 준 풍수 개념으로 기록된다.

 

 

기와 배치 패턴의 풍수적 함의

기와는 한 장씩 겹쳐지며 지붕을 완성하는데, 풍수에서는 이 겹침 구조를 ‘기운이 중첩되어 보호막을 형성하는 형태’로 보았다. 특히 수키와의 둥근 곡면이 위로 솟아 오르는 구조는 양기를 상징하고, 암키와의 오목한 면은 음기를 상징하여, 두 기와가 교차 배치되는 전체 지붕은 자연스럽게 음양 균형을 이루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또한 기와의 끝을 장식하는 막새와 수막새는 풍수적 의미에서 ‘기운의 마무리를 완성하는 장치’로 여겨졌다. 막새 문양이 선명하고 크기가 잘 조정된 지붕은 기운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고, 반대로 문양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크기가 균형을 잃으면 오히려 기운을 흐트러뜨리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배수선의 개수와 간격 역시 풍수적으로 독자적인 의미를 갖는데, 균일한 패턴은 일정한 기운의 흐름을 의미하고 불규칙한 간격은 기운의 분산을 초래한다고 여겼다. 이 해석은 실제 장인들이 기와 간격을 정확하게 맞추는 기술적 전통과 맞물려 존재해왔다.

 

 

풍수적 기와 선택

풍수에서는 건물의 용도와 건축물의 기능에 따라 지붕 색과 형태를 달리 해석했다. 예를 들어 사찰은 산세와 지형 중심으로 기운을 읽기 때문에 자연색에 가까운 회기와, 곡률이 완만한 지붕선이 선호되었다. 이는 주변 자연의 기운과 조화를 이루고, 수행 공간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의미가 있었다. 반면 궁궐이나 관아 건물은 공간의 위계를 시각적으로 드러내야 했기 때문에 기와 색을 통한 오행적 상징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높은 권위를 상징하는 색과 뚜렷한 곡률을 가진 지붕은 기운의 흐름을 강하게 이끌어내는 형태로 해석되었고, 이를 통해 건물의 중심성과 위세를 강화했다. 전통 풍수에서는 이렇게 ‘지붕이 어떤 기운을 끌고 어떤 기운을 흘려보내는가’를 기준으로 건물의 역할과 성격을 판단했으며, 기와는 이러한 해석의 실질적 매개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