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나라 전통 기와

기와의 규격과 배치

기와의 규격과 전통 치수 체계

전통 기와는 일정한 크기로만 제작된 것이 아니라, 건물의 규모와 용도를 고려해 미세한 차이를 갖도록 설계되었다. 조선 시대 기와 제작장에서는 대개 암키와·수키와를 중심으로 표준 치수가 존재했지만, 그 치수는 현대적 의미의 단일 규격이 아니라 다층적 비례 체계였다. 예를 들어 기와의 길이는 기둥 간격(간(間))을 기준으로 조정되었고, 건물의 종도리에서 추녀까지 이어지는 지붕 곡률을 기준으로 기와의 폭을 달리했다. 장인들은 기와 한 장을 단위로 삼아 지붕 전체의 모듈을 계산했으며, 이 모듈은 기와 개수, 골의 수, 소로의 위치와 일정하게 맞아떨어지는 비례 구조를 형성했다. 즉, 기와 규격은 단순한 치수가 아니라 건물 전체를 계산하는 “건축 수학의 기본 단위”로 작동했다. 기와 한 장의 오차가 쌓이면 지붕 곡선 전체가 틀어지는 만큼 장인들은 제작 단계에서부터 치수 편차를 1㎜ 단위로 관리했고, 이는 현대 정밀가공에 준하는 수준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와의 규격과 배치

 

 

기와 배치의 수학적 원리: 골과 마루의 간격 계산법

전통 기와지붕은 암키와와 수키와가 골과 마루를 이루며 교차 배치되는데, 이 구조는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정해진 비율을 따르는 계산식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와 간격 분할법’이다. 장인들은 먼저 종도리에서 추녀 끝까지의 길이를 측정한 뒤, 이 길이를 일정한 기와 폭으로 나누고 남는 수치를 통해 오차를 일정하게 분산시켰다. 즉, 남는 길이는 특정 구간에 몰아 넣지 않고 각 줄마다 동일한 미세 간격으로 흩어지도록 조정했다. 이는 전통 장인들이 알고리즘이나 분수 계산을 직관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기와가 수평으로 깔리는 것이 아니라 지붕 곡률에 맞춰 작은 각도를 가지기 때문에, 기와 배치법에는 삼각비 계산과 유사한 경사 보정도 적용되었다. 지붕 경사에 따른 기와 길이의 시각적 축소 효과를 보정하기 위해 상층부에는 약간 넓은 폭의 기와를 쓰는 기술도 발견되는데, 이는 전통 배치법이 단순 기능적 배열을 넘어 시각적 비례 균형까지 고려한 고도의 설계였음을 보여준다.

 

 

기와 곡선 조정의 기하학

기와지붕의 아름다운 곡선은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치밀한 기하학적 설계를 통해 만들어졌다. 장인들은 처마선을 중심으로 기와의 기울기, 곡률 반경, 층별 기와 개수를 계산해 지붕 전체의 곡선을 조율했다. 이때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기와 경사각 분할법’이다. 종도리에서 추녀로 내려갈수록 기와가 점차 벌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층의 기와 폭을 미세하게 줄이거나 늘리는 방식으로 곡률을 조정했다. 또한 처마에 가까워질수록 기와의 수평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빗물이 빠르게 떨어지도록 경사 강도를 높이기 위한 공학적 목적과 동시에 처마 끝의 시각적 중량감을 확보하기 위한 미학적 계산이었다. 이러한 설계는 자연물의 곡선을 재현하는 데 필요한 비정형 조정 기술이며, 전통 건축 장인들이 실측 없이도 삼차원 공간을 계산할 수 있었던 근거이기도 하다.

 

 

기와 쌓기 순서의 논리

기와는 단순히 아래에서 위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배치되지 않는다. 전통 시공에서는 먼저 처마선의 기준 기와를 깐 뒤, 그 기와의 무게와 경사를 기준으로 상부 기와의 위치를 역산하는 방식이 사용되었다. 이는 하중 분산 원리 때문이다. 아래 기와가 가장 많은 중량을 지탱하므로 처마 기와는 규격과 강도가 다른 기와보다 크고 무거운 경우가 많았다. 또한 수키와가 고정 역할을 하고 암키와가 덮개 역할을 하는 이중 구조를 통해 힘이 수평으로 퍼지지 않고 수직으로 전달되도록 설계되었다. 장인들은 기와 한 장이 받아내는 하중량과 경사각을 감안해 각 줄의 기와 수를 계산했는데, 이는 현대 구조공학에서 사용하는 하중 분산 개념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특히 기와곡선의 기저부에서 하중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기와 간격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기술은 전통 건축이 단순 감각이 아닌 정교한 구조 계산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전통 건축 수학의 집약: 기와 배열을 통한 전체 구조의 완성

기와 배열의 핵심은 “지붕 전체를 하나의 수학적 구조물로 본다”는 전통 건축 철학에 있다. 기와 한 장의 폭과 길이, 암·수 기와의 비례, 골과 마루의 반복 간격, 지붕 경사각과 처마 곡률, 하중 분산과 배수 흐름까지 모두 서로 연동된다. 장인은 기와 배치를 통해 지붕의 숨구멍 위치를 조절하고, 환기·배수·내구성·중량 균형을 하나의 계산 안에 포함시켰다. 특히 건물 크기가 커질수록 기와 배치식도 복잡해지는데, 이는 기와 수량 계산, 기와 간격 보정, 경사각 배분, 처마 장식의 비례 조정 등 다층적 계산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다. 결국 기와 한 장을 올리는 과정은 기하학, 비례학, 구조물 역학, 시각적 조형에 이르는 전통 건축의 수학적 지혜가 집약된 행위였던 것이다.